제주도 어느 산속....
바람소리, 새소리, 풀소리 분명 내 마음인데 감당하기 버거운 날이 있다. 그저 멍하니 아무런 생각 없이 잠시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런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잠시 후 또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그런 날, 그런 순간, 자연이 주는 위로는 상상 그 이상이다. 그저 바람소리인데, 그저 바람에 부딪히는 풀잎 소리인데, 잠시 앉아 쉬는 새들의 지저귐일 뿐인데, 넋을 잃고 듣게 된다. 그러다 문득 위로가 된다. 나를 위함인 건 하나도 없는 건데 나는 오로지 위로를 받는다. 나뭇잎의 흔들림에, 하늘의 푸르름에, 새들의 지저귐에, 바람의 소리에, 마치 나만을 위한 것처럼 온전히.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
2022.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