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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자기 만족

by 리뷰하는 아지매 2022.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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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싶었다.
잘 살지 못하는 게 지는 거라 생각했고,
잘 살고 있는 게 그저 부릴 수 있는 유일한 내 자존심이었다.

잘 살고 있다는 건.

좋은 직장, 평범하지 않은 일, 남들과 다른 삶, 사랑받고 있는 여자...

대기업까지는 아니어도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에서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며 상당히 인정받는 자부심 하나로 12년을 다녔고,
비록 물질이 부족한 삶이었다 하더라도 늘 재미있게 살려고 부족하지 않으려고 부단 애쓰며 살았고,
그저 사랑 하나로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십 년을 꽉 채워 살았지만 오늘도 그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늘 잘 살고 싶은 것에 대한 욕심은 작아지지 않았다.

잘 살고 있다는 건.

무엇일까?

문득,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살고 있다는 건.

그저 자기만족이었다는 걸...
그저 내 기준이었다는 걸...



두 아이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다.
둘째아이 뜬금이는 말이 빠르고 영리하다.
첫째아이 특급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배고파도 아파도 잠을 못 자도 울지 않고 때 부리지 않는 아이였다.
정년퇴직하신 후 친정 아빠와 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주고 계셔서 마음 편히 직장을 다닐 수 있다.
남편은 십 년을 꽉 채워 살았음에도 아직도 나를 무척이나 사랑해주고 아껴준다.
직장에서 사람들과 큰 문제없이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다.
친구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곁에 있는 친구들은 그저 늘 내 걱정을 해주고 응원해준다.
전 직장을 퇴사하게 된 이후 몇 년의 경력 단절이 있음에도 이 나이에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전혀 다른 업무를 하고 있지만 나름 인정받고 있다.
자랄 때는 피 터지게 싸우던 동생이지만 몇 살부터일까 멀리 떨어져 있으면 우울증이 올 정도로 애정 듬뿍한 동생이 있다.
그저 이모가 주는 건 다 좋아해 주는 자식이나 다름이 없는 조카 두 명이 있다.
외가 친가 할머니 두 분이 모두 90살이 다 되도록 살아 계시다.


얼마나 감사한 일들이 많은지...
그저 어릴 적에는 맘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일들이 이 나이 즈음엔 너무도 감사한 일이 되어 있다.


잘 살고 있다는 건.

이런 거 아니겠나.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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